의식 심리학 8 - 심리치료 관점에서의 동양 철학
동양에서의 수련은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입니다. 그런데, 서양의 입장에서는 종교, 철학이 아닌 심리치료로 보고 있습니다. 동양의 전통적인 수행에서 강조되는 깨달음은 심리치료의 과정과 비슷합니다. 로저스의 심리치료 과정에 대한 연구에도 비슷한 변화과정이 그려집니다. 심리치료 초기에는 내담자에게 감정 표현을 하게 만들면, 부정적인 감정이 많이 나타난다. 이를 통해 내담자는 왜 그런 부정적인 감정에 휘말려 있는지에 대해서 이해하게 됩니다. 부정적 감정을 드러내고, 해소가 되면 내면에는 긍정적인 감정들이 많이 나타납니다. 마지막에는 내담자는 부정적, 긍정적 감정을 모두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에 따라 갈등에서도 벗어날 수 있게 됩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자기 세계를 발견하여 이루어진 결과입니다. 다시 말해,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서 상황이 바뀌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심리치료에서 봤을 때는 긍정적인 사고로 탈바꿈시키는 것을 말하고, 동양의 종교학적인 관점에 있어서는 사물을 바라보는 자신의 태도를 가꾸는 것을 명상으로 본 것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많은 사람이 아는 일화가 있습니다. 원효대사 해골 물 이야기는 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 들어보셨을 겁니다. 모든 일은 자신의 마음에 달려있다는 것입니다. 해골 물 이야기를 간략하게 하자면, 원효대사는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로 가는 길에 날이 어두워져 한 동굴 안에서 머물게 됩니다. 어두운 동굴에서 물소리가 나고, 목이 말랐던 원효대사는 바가지에 물이 고여있는 것을 확인하고 마시게 됩니다. 시원하게 잘 마셨다고 생각하면서 다시 잠이 들게 되고, 다음 날 아침이 밝아오고 그 물이 해골 물에 고인 물이라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그 사실을 발견하고 구역질이 난 원효대사는 문득 이런 생각이 듭니다. 왜 어젯밤에는 달콤하다고 생각한 물이 오늘에는 구역질하는 것으로 바뀌었을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그 이유를 해골 물을 보고 '더럽다'라고 생각한 자신에게 있다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그리고, 그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원효대사는 이러한 생각을 가라앉히면, 어제와 같이 달콤한 물맛이 날 것이라고 생각하여 명상합니다. 명상을 끝내고, 다시 그 물을 마시자 어젯밤의 그 물과 같이 달콤하고 시원할 뿐이었습니다. 이는 '더럽다'라는 것이 자신의 판단이고, 이에 따라서 더럽고 깨끗함이 결정된다는 사실, 좋고 나쁨이 결정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서양의 마음 챙김 명상의 원리입니다. 인간의 마음에 인위적인 조작을 멈추어서 그저 바라보기만 할 뿐인 것, 그것이 명상입니다.
원효대사 이야기는 생각이 괴로움이 생긴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무의식적으로 자신이 과거에 습득한 지식, 더러운 것과 쾌적한 것에 대한 자기 경험이 이러한 생각을 야기한다고 봅니다. 이는 생각을 내려놓으면 치료가 가능해진다는 시사점을 줍니다. 명상을 통해서 차분한 마음으로 사물을 바라보면 시비를 따지는 것보다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기 용이하고, 차이점보다는 공통점을 잘 보이게 할 수 있습니다. 이는 통합적이고 총체적인 관점을 발견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다른 사람을 판단할 때, 어떻게든 당신이 틀렸다는 것을 말하게 됩니다. 코끼리를 묘사한 장님 이야기에서도 나타났듯이, 코끼리의 일부분을 놓고 보았을 때는 세 장님의 이야기는 다 틀린 것이지만, 전체적으로 봤을 때는 세 장님은 코끼리의 특징을 나타냅니다. 이처럼 서로 반대의 입장을 가지고 있는 것 같은 견해들도 동시에 옳고, 서로 보완적인 관계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서로 관련 없는 것 같은 것들도, 좀 더 거시적으로 바라보았을 때 서로 연결되고 하나로 보일 수 있습니다. 이는 명상이 현대 사람들에게 열리고 유연한 사고를 기르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생각을 줄이기 위해 명상을 권합니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을 알아차리고, 꾸준히 관찰하고 지켜보고 자제하고 명상하다 보면, 조급한 마음에 안정감이 생기고, 근심과 걱정이 줄어드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명상의 초기 단계에서는 자기 감각과 호흡에 집중하는 것이 목표가 됩니다. 그러나 이러한 명상도 단기적으로 효과를 볼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스포츠, 예술, 모든 것들에 있어서도 기초단계가 존재합니다. 천재 스포츠 선수, 천재 피아니스트도 처음부터 잘한 것은 아닙니다. 그들은 다른 사람보다 더 빨리 배울 수는 있을 겁니다. 그러나 그들은 꾸준히 연습했습니다. 명상도 꾸준히 해야 효과가 있습니다.
심리학적 관점에서 사람들의 고민과 문제들은 과거와 미래의 사건들에 사로잡힌 것에서부터 나온다고 봅니다. 우울은 과거에 대한 후회와 슬픔, 자책감에서부터 나오고, 불안감은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한 두려움에서 나타나게 됩니다. 생각과 판단이 생겨서 괴로움이 발생하므로, 이를 가라앉힐 필요가 있습니다. 마음 챙김 명상은 현재에 마음을 둡니다. 이에 따라서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으로부터 자유롭게 만들어줍니다. 자기 생각과 감정을 관찰하는 것을 중시하기 때문에, 잡념이 떠오르더라도 잡념이 어디서 나온 것인지 관찰하여 그 잡념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합니다. 또한, 명상에 들어가면 억압된 감정의 표출이 용이해집니다. 명상 수행 중에 눈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는 마음속의 슬픔이 분출된 것일 때가 많습니다. 이러한 명상이 억압된 무의식의 내용을 발굴해준다는 점이 정신역동 심리치료와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심리치료에서도 내담자에게 명상의 기법들을 적용하는 것에 더해서 내담자가 스스로 자신의 마음을 챙겨서 치료하게 되면, 그 효과가 더 높아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