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식 심리학 5 - 호흡과 명상
서양에서는 마음과 의식에 대해 궁금증을 가진 사람들이 심리학자나 철학자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어떻게 보면 이성적일 수 있는 서양 사람 중에서 감성적인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게 되는 것이죠. 한편 동양의 경우에는 종교의 영향도 물론 있지만, 마음과 정신, 의식에 대해서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신비로운 것으로 여겨서 연구하는 것조차도 서양에서는 거부적인 반응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좀 더 열려있습니다. 동양에서는 올바른 정신을 굉장히 중요시해왔습니다. 특히 동부 지역에서는 자기 조절의 가능성을 높은 가치로 생각하였죠. 그래서 몸을 조절하고, 마음을 다스린다고 생각했습니다. 요가를 하는 사람들과 연구를 한 결과가 있습니다. 왼손의 온도를 올리고, 오른손의 온도를 내리는 것이 마음으로 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습니다. 이처럼 동작과 마음의 이완을 통해서 조절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요가를 통해서 발견할 수 있었던 것이죠. 서양에서는 바이오피드백을 통해서 마음과 몸을 조절하는 연구를 시작하게 했습니다.
요가를 떠올리면 떠오르는 것이 수많은 자세도 있지만 호흡입니다. 이 호흡을 조절해서 심신 수양이 가능하다는 것을 주장한 것이 비교 학파입니다. 평소에도 놀라거나 화나는 일이 있을 때, 호흡이 가빠지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듯이, 숨을 크고 길게 쉬게 되면 진정이 되는 효과가 있습니다. 숨을 깊고 크게 고르게 들이쉬고, 내쉴 때는 조용하고 부드럽게, 천천히 길게 내쉬는 것을 요령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불교에서도 명상하기 첫 단계로 숨을 고르면서 수를 세는 방법으로 수행합니다. 동양에서는 이러한 인체의 에너지를 기라고 부릅니다. 한국, 중국, 일본에서 공통으로 발견할 수 있는 단어이기도 합니다. 숨 쉬는 것을 통해 자신의 집중력을 높이고, 신체적, 감정적으로 편안한 상태를 만드는 것이죠.
동북아시아에 기가 있다면, 인도에는 프라나라는 것이 있습니다. 프라나는 생명력을 말하고, 사람들이 생각하는 실제 에너지를 의미합니다. 요가의 호흡법에도 이 에너지를 적용한 것입니다. 또한, 동양의 수행 방법으로 화두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논리적 사고를 억압하여 중단시키는 수행 방법입니다.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 실상의 잡음을 없애버리는 훈련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유명한 일화가 지팡이 일화입니다. 한 스님이 수행하는 제자에게 지팡이를 보이며 이 지팡이를 지팡이가 아니라고 한다면 때리겠다고 말합니다. 그러고 나서 이 지팡이를 지팡이라고 말해도 때리겠다고 말합니다. 또한, 아무 말도 하지 않더라도 때리겠다고 말합니다. 이것을 앞에서 듣는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어떻게 하라는 거냐는 표정으로 보고 있겠지요. 이 수행법의 의의는 논리적 사고로는 진정한 깨달음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일깨우기 위한 것이라고 합니다. 책만 읽어서는 깨달음을 얻지 못한다고 할 정도였으니, 묵언 수행도 여기서 나온 것입니다.
이처럼 동양인의 눈에도 조금 역설적이고 이상해 보이는 수행 방법들이 서양인의 눈에는 매우 당황스러운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래서 역설적인 논리를 가진 것이 바로 동양적인 것이라고 비꼬기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이분법적인 사고로부터 벗어나고, 정신적으로 맑은 상태를 만든다는 점에서 수행하는 수행법이라는 사실은 알고 넘어가야 할 것입니다. 동양에서 수행하는 비교 수행법 중에서 명상을 빼놓고 갈 수 없습니다. 지혜가 조용히 수행된 명상으로부터 나온다는 말이 전해질 정도로 동양에서는 명상을 중요시했습니다.
일화로 물 위를 걷는 수도승 이야기가 있습니다. 수행을 하는 한 수도승이 있었습니다. 그 수도승은 이제 한 문제에 대해서 탐색하며 생각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때 어디선가 기도문을 외우는 소리가 들렸고, 수도승은 기도문은 통달했다고 자신하며 그 소리에 귀 기울이게 되었습니다.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자신이 알고 있는 기도문과 다르게 외우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였습니다. 수도승은 이를 알려서 깨우쳐 주겠다고 다짐합니다. 그 소리가 나는 곳을 따라서 산 위로 올라가니 한 사람이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수도승은 잘못된 부분을 바로잡아 주면서 자신에게 감사하라고 충언합니다. 누군가를 올바르게 인도하는 것과 그 인도를 받은 사람이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공덕을 쌓는 것이라고 첨언까지 합니다. 그 말을 듣던 사람은 감사의 인사를 건넵니다. 감사의 인사까지 받아 기분이 좋아진 수도승은 자신이 쌓은 공덕을 기뻐하며, 물가 앞을 지나가며 이런 생각을 합니다.
제대로 수행한 자는 물 위를 걸을 수 있다고 하던데, 자신이 쌓은 공덕과 수행은 강물을 걸을 수 있을 정도이지 않을까 하고 말입니다. 그러나, 강물 위를 걷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했고 노를 저으며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갔습니다. 돌아가고 또 기도문 소리가 들릴까 귀를 기울였지만, 소리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자신의 충고를 잘 알아들어서 반성하고 있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수행을 시작하려는 찰나, 기도문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어처구니없게도 자신이 고쳐준 부분을 고칠 생각도 안 하고 똑같이 틀리게 기도문을 외우고 있었습니다. 수도승은 고집이 센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자신의 수행이나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강물 위로 누군가가 건너오고 있었습니다. 놀랍게도 기도문을 틀리게 외운 그 사람이었는데, 물 위를 걷고 있었습니다. 물 위를 걸으면서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말하기를, 방금 알려준 기도문이 기억나지 않아서 물어보러 왔다고 하였습니다.
조금 긴 이야기였지만, 이 내용으로 명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정신의 집중이라는 사실을 보여줍니다. 기도문은 그 집중을 위한 도구일 뿐이라는 것이죠. 이처럼 의식 심리학은 종교, 초월적인 현상과도 관련이 많습니다. 그와 관련된 이해들이 합쳐져서 의식에 대해서 조금이나마 가까워질 수 있는 거겠죠.